[스크랩] 덕숭산 수덕사 기행
보충수업을 마친 날 학교에서 연수를 갑니다. 사실 이런 연수는 참으로 싫습니다. 돈을 쓰기 위해서 가는 연수, 전체 선생님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가는 이런 연수는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지....
몇 년전에 가보았지만 그땐 여정에 바빠 얼핏 보기만 했던 덕숭산 수덕사라서 자세히 보기 위해서 갑니다.
전날 늦게 도착해서 오랜 유행가처럼 '수덕사의 쇠북'소리를 듣지도 못했습니다.
숙박지가 절 근처라 생각했는데...
아침, 밥을 일찍 먹고 수덕사로 향합니다. 일행들은 덕숭산 산행이 목적이지만 저와 한 동료는 절 구경이 주목적입니다.
덕숭산 수덕사 입구. 이 입구 앞에 새로 커다랗게 문을 만들고 있더군요. 그래도 옛맛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수덕여관입니다. 고암 이응노가 머물고 있었던 옛집이었죠. 동백림 사건으로 이응노가 감옥에 있었고, 그 처가 온갖 뒷바라지를 다했지만 이응노는 한글자모의 형상을 돌로 새겨두고 여제자와 함께 떠납니다. 지금은 여관을 운영하지 않고 조그마한 미술관으로 재탄생하나 봅니다. 좀더 고색창연했으면 얼마나 좋을가요?
고암 이응노. 예술가의 사상을 그대로 보여주었지만 독재 정권의 횡포는 사람들의 삶을 깨뜨려놓습니다.
한글자모를 추상한 것으로, 한국적인 것을 잘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는 이응노.
다시 한번 한글자모를 찾아봅니다.
수덕여관을 지나고 수덕사 계단 앞에서 찰칵!!
조금씩 조금씩 눈이 내립니다. 넉넉한 웃음입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아직 날이 흐려서...하늘을 쳐다 봅니다.
수덕사 대웅전. 유홍준도 수덕사 대웅전 하나를 보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했지요.
맞배지붕의 전형. 기학적인 문살 모양 그리고 대웅전 옆 벽면의 아름다움이...
미술과 건축을 잘 모르는 저의 눈에도 절집이 아주 멋있어 보입니다.
옆에서 본 대웅전. 봉화 영주 출신의 한 선생님은 무량수전의 형식과 같아 보인다고 합니다. 아마 같은 시대의 건물 양식이겠지요.
맞은 편의 명부전. 눈이 제법 운치있게 내립니다. 신발 하나가 놓여 있네요. 염라대왕도 계시지요.
여기에는 업경대도 있다고들 합니다. 현세에서 자기가 지은 죄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전에 책만 읽고 보지 못했던 집채만한 수덕각시 바위입니다. 전설이 있지요. 이번에는 반드시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의도적으로 찾았던 곳입니다. 바위에 동전도 붙여보기도 하고...마음만 깨끗한 사람만 붙일 수 있으리라고...
산길 옆으로 새로 조성한 듯한 절집이 보이고 그 옆 바위에는 소나무가 뿌리박고 있습니다. 여러 그루의 소나무.
일엽스님의 견성대. <청춘을 불사르고>의 김일엽. 일제 신여성의 전형이기도 했던 일엽스님은 만공스님을 만나 견성했나 봅니다.
여승, 비구니만 있는 곳이고 신식 건물이지만(오래된 것이지만) 참 정갈한 곳입니다. 2층에 법당이 있고 추위에도 늘 이옷에서 기도를 할 수 있게 해 두었더군요. 수덕사 대웅전과는 달리 3배만 하고 나옵니다.
다시 수덕사 목어와 법고
범종각.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노래에서의 쇠북소리. 그 노래가 지어졌을 때도 여기였는지...
대웅전에 자꾸 눈이 가 다시 바라봅니다. 까치밥처럼 매달린 열매...무슨 나무 열매인지...
동료 교사에게 한 장 찍습니다. 이 순간 저는 무엇을 잠깐 생각했는지...
'환희대'일 같습니다. 찾노라고 했지만. 도를 깨치는 기쁨의 환희대이겠지요.
멀리서 덕숭산을 바라봅니다. 덕숭산 정상에 미치지 못해서, 접근하지 못하는 정혜사가 있고 만공탑과 미륵불이 있다는데...
점심은 소고기집입니다. 마을 전체가 소고기집입니다. '광시' 소고기에 대한 모든 관념을 깨뜨리는 곳이지요.
차성환 선배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합니다. 전날 술 마신 이야기, 당구 친 이야기 등등.
표정을 보니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긴 연수가 이상한 성격의 연수이긴 했지만
우리 선생님들과의 대화와 식사는 즐거운 것이겠죠.
새만금을 가로 질러옵니다. 바다 가운데를 가로 막고 처음 의도와는 관계없이 관광지와 공업시설을 만든다는 것인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인위적으로 해서 소수 인간들만의 천국으로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서해 낙조를 바라봅니다.
서해 낙조와 옹기종기 다정하게 있는 섬